<고1 1학기 시험을 마무리하고 멘붕오신 분들께>
제가 제일 경계하는 게 특수한 케이스를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썼거나 서술형을 통째로 빼먹었거나 패드 등을 깜빡하고 제출안해서 부정행위에 걸렸거나 등등의 사유로 한 학기 또는 한 과목을 말아먹은 학생 그리고 학부모님들을 위해 오늘은 특수한 케이스를 써보려고 합니다.
단, 중학교까지 상위권이었다가(학원빨이든 머리가 좋았든) 고등와서 무너진 아이는 예외입니다. 이런 경우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공부잘했다는 걸 부정하고 원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었구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걸 인정못하고 정시로 가면 된다 또는 학원 끊고 혼자하면 된다 등의 소리를 한다면 회복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아무튼,
1. 시험 한 과목을 망친 케이스.
평범한 일반고 여학생이었습니다. 시험도 쉽구요. 부정행위로 걸려서 국어 시험이 영점 처리되었죠.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을 겁니다. 멘탈이 나갔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만나보니 의연하더군요. 그래서 나머지 시험 평소대로 잘 보면 된다고 말헤주고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결과는 학종으로 중앙대 갔습니다. 지금은 교환학생 준비한다고 외국어 공부에 한창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학점도 좋구요.
이게 왜 가능하냐.
학종은 내신을 보는 전형이 아니고 학업역량을 보는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의 역량이 어딘지는 망친 데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국어가 평소 1,2등급이었다면 이 학생의 국어 역량은 1,2등급이지 망친 7등급은 무시됩니다. 대학이 바보는 아니잖아요.
2. 고1 1학기 5,6등급 케이스
지방명문고 남학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학군지는 아닙니다. 중학교때까지 운동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초역량은 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그런지 제가 니 실력이 그 정도라는 걸 인정해라고 조언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더군요. 특히 영어와 수학이 문제였는데 중학교 1학년부터 다시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라는 조언도 잘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로 이 학생은 지침이 없었습니다. 일희일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요. 마치 소처럼 한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같이 수업하는 학생 중에 공부잘하는 학생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 학생의 노하우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더군요. 예를 들어 이해안되는 문장은 노트에 따로 정리해서 외우고 단어시험에서 틀린 건 말하지 않아도 복습하면서 외우구요.
2학년때 내신이 4등급대로 조금 오르더니 2학기때는 2등급을 찍고 3학년 때는 드디어 영어 1등급을 찍더군요. 물론 수학은 잘 안 오르긴 했습니다만… 그 외 국어와 사탐도 내신이 2등급대가 되었고 부산대에 학종으로 합격했습니다. 인서울 하고 싶었지만 내신과 탐구를 병행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독서가 약해서 탐구 주제 잡는 것조차 힘들었거든요.
이 두 학생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뭘까요?
특수한 사례라 일반화할 수 없다고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가짐과 멘탈 그리고 자세를 가진 학생이 드물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다가 지갑을 주워 경찰서에 갖다주는 일반적인 일이 칭찬 또는 표창을 받는 특수한 사례가 되어버린 세상이니까요.
출처 : https://band.us/band/72526723/post/10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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