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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계열 수학·탐구 지정 과목 폐지 - 2025 대입, 교차지원 불균형 줄어들까?

글로리컨설팅 2023. 6. 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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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2 학생이 치를 2025학년 대입의 입학전형시행계획이 지난 4월 말 발표됐습니다.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 자연 계열 모집 단위 지원 시 수능 선택 과목으로 수학에선 <미적분> 혹은 <기하>를, 탐구에서는 과학탐구를 지정했던 것과 달리 2025학년에는 이를 폐지하거나 변경한 곳이 많습니다. 전국 196개 대학 중 자연 계열 지원 시 수능 선택 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학이 2024학년에 비해 17개 늘어난 146개 대학으로 확대됐죠. 이에 따라 지원자들의 교차 지원 장벽이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과목 지정이 완화되면서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 탐구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해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연 계열이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은 자연 계열의 과목 지정이 완화됐다는 소식에 경쟁이 치열한 과학탐구를 두 과목 선택하느니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한 과목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택 과목의 장벽이 진짜 낮아졌는지는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많은 대학이 수학과 탐구 지정 과목을 폐지했지만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과목 미지정으로 계열 간 이동의 문턱이 낮아진 2025 정시, 그 실체를 들여다봤습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권영신 책임입학사정관(성균관대학교)·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경희대학교)·정제원 교사(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진수환 교사(강원 강릉명륜고등학교)·이만기 소장(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PART 1>

2025 대입, 수능 <확률과 통계>

선택해도 공대 지원 가능?

주요 대학들이 자연 계열 지원 시 수능 지정 과목을 축소·폐지하면서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 선택자도 자연 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자연 계열은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에서 과학탐구를 지정한 대학이 많아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수학 성적이 우수한 자연 계열 학생들의 인문 계열 지원 증가로 인문 계열 학생들의 합격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까지 나서서 교차지원 문제의 해결 방안을 요구했고, 대학들은 자연 계열의 과목 지정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을 2025 시행계획에 담았다. 표면적으로는 과목 지정을 폐지했고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지원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실제 대입에서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대학별 2025 시행계획을 통해 과목 선택에 따른 장벽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살폈다.

<PART 2>

2025 과목 지정 폐지,

선택 과목 가산점 영향력은?

2025 시행계획에 따른 계열별 수능 수학·탐구 응시 과목 지정 여부, 가산점과 영역별 반영 비율 등을 대학별로 살펴봤다. 표면적으로는 수학과 탐구 지정 과목이 폐지되면서 인문 계열 학생들이 자연 계열로, 자연 계열 학생들이 인문 계열로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원하는 계열로 지원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 문·이과 폐지로 표현되는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이 충돌하는 구조가 형식적으로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택 과목에 따른 계열 간 지원 장벽이 낮아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산점이나 반영 비율 조정 등을 따져보면 그 장벽이 여전히 높다.

과목 지정 폐지했지만 가산점 부여하는 대학 많아

2025 시행계획에서 수능 선택 과목과 관련한 대학별 대응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인문 계열은 수학과 탐구에서 과목을 지정하지 않지만 자연 계열은 과목을 지정하는 경우,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에 각각 사탐과 과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 수학이나 과탐에만 가산점을 주는 경우, 과목 지정이나 가산점이 없는 경우 등이다.

과목을 지정한 대표적인 대학이 고려대 서울대 홍익대다. 서울대 자연 계열에 지원하려면 수학에서는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탐구는 과탐을 선택해야 한다. 홍익대도 마찬가지다. 다만, 고려대는 수학 지정 과목을 폐지했지만 자연 계열은 과탐을 선택해야 지원할 수 있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연세대는 각 계열에 적합한 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경희대는 과목당 4점을, 서울시립대는 사탐 2과목 선택 시 3%의 가산점을, 연세대는 인문 계열 지원자 중 사탐 응시 시 해당 과목 탐구 변환점수의 3% 가산점을 부여한다.

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문과대학 외국어대학 등 순수 인문 계열에 속한 학과들은 모집 인원이 적고, 전과도 많다. 학문적인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하다. 순수 인문 계열뿐 아니라 자연 계열에도 과탐 선택 시 같은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자신의 계열에 맞게 지원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보통 정시에서는 1.5점 선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나뉜다. 따라서 과목당 4점의 가산점은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인문에서 자연 계열 지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강원 강릉명륜고 진수환 교사는 “사실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아도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를 선택한 인문 계열 학생이 동일 대학의 자연 계열에 합격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인문 계열 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에 큰 부담을 느껴 자연 계열 지원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드물다. 가산점 부여는 대학들이 교육부의 요구로 과목 지정을 풀기는 했지만 넘어오진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목 지정을 풀면서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를 선택해도 의대에 지원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 수능에서 수학의 영향력은 국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5월 모의평가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학 최고 표준점수가 162점이었지만 국어는 최고 표준점수가 137점으로 차이가 컸다.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의 최고 표준점수도 7점 차이가 났다.

서울 숭의여고 정제원 교사는 “사실 누가 가산점을 받아 유리한가가 아니라 대다수가 가산점을 받는 상황이라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수험생이 불리한 구조”라고 밝혔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도 “가산점이 3%만 돼도 뒤집기가 쉽지 않다. 탐구 가산점에 탐구 영역별 반영 비율을 곱하면 가산점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기회는 주지만 그 기회를 잡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한다.

세분화된 모집 단위, 영역별 반영 비율 차이 주목해야

2025 시행계획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들이 모집 단위를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인문은 인문 계열과 사회 계열로 구분하고, 자연 계열도 모집 단위 특성에 따라 그룹을 나눠 반영 비율을 달리 설정했다. 경희대는 문과대학 외국어대학 생활과학대학(식품영양학과 제외) 한의예과(인문) 등을 인문 계열로, 자율전공학부 정경대학 경영대학 국제대학 지리학과(인문) 등은 사회 계열로 구분해 가산점이나 반영 비율에 차등을 뒀다. 즉, 인문 계열은 국어 35% 수학 20% 탐구 30% 영어 15%를, 사회 계열은 국어 30% 수학 30% 탐구 25% 영어 15%를 반영한다. 사회 계열은 인문 계열보다 수학 반영 비율이 10% 높고, 국어 비율은 5% 낮다. 참고로 자연 계열은 국어 20% 수학 35% 탐구 30% 영어 15%를 반영한다.

중앙대도 인문대와 사범대는 국어 35% 수학 30% 탐구 35%를, 사회과학대와 경영경제대, 간호학과(인문)는 국어 30% 수학 40% 탐구 30%를, 자연 계열은 국어 30% 수학 35% 탐구 35%를 반영한다. 동국대는 자연 계열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유형 ①인 수학과 통계학과 산업시스템공학과는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자에게 표준점수의 3%를 가산하고, 유형 ②인 화학과 바이오환경과학과 생명과학과 가정교육과는 과학탐구 과목별로 변환 표준점수의 3%를 가산한다. 그 밖의 자연 계열 학과는 유형 ③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의 표준점수 3%, 과탐 과목별 변환 표준점수 3%를 가산한다(18~21쪽 경희대 중앙대 동국대 표 참고). 이 경우 가산점을 받지 않은 수험생이 수학과 과탐 2과목에 부여한 가산점을 뛰어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소장은 “모집 단위별로 필요한 역량에 차이가 있어 대학들도 특성에 맞게 반영 비율을 달리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영·경제학과가 포함된 사회과학 계열은 수학 반영 비율을 높게 책정했다. 가산점 부여도 순수 인문 계열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과학 계열은 수학에 강점이 있는 수험생의 지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한다.

계열 구분에서 선발 방식 변화 준 건국대와 성균관대

2025 시행계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두 대학은 건국대와 성균관대이다. 성균관대는 성적 환산 방식을 A유형과 B유형 중 환산 시 상위 점수를 반영한다고 밝혔다(19쪽 성균관대 표 참고). 성균관대 권영신 책임입학사정관은 “인문과 자연 계열로 모집 단위를 구분하되, 2가지 유형으로 영역별 반영 비율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유형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환산해 높은 점수를 반영하는 형태다. 인문 계열 학생 중에서도 수학에 강점이 있는 학생이 있고, 국어나 탐구에 강점이 있는 학생도 있다. 특정 영역의 성적이 낮아도 다른 영역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기에 다양하게 선발하고자 반영 비율을 이원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문 계열 모집 단위는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A유형과 국어나 탐구 반영 비율이 높은 B유형을 설계했다. A유형은 국어 35% 수학 25% 탐구 30% 영어 10%, B유형은 국어 30% 수학 40% 탐구 20% 영어 10%를 반영한다. 자연 계열은 수학 반영 비율이 40%로 같지만 A유형은 국어 20% 탐구 30% 영어 10%를, B유형은 국어 30% 탐구 20% 영어 10%를 반영한다.

이 소장은 “성균관대는 전형 설계 방식이 독특하다. 수능에서 한 영역씩은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형을 이원화하면 지원자 풀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매년 들쑥날쑥한 수능 난도를 방어하는 효과도 있다. 교차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교육부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지원자 풀을 확대해 대학의 실리도 챙기는 인상”이라고 해석한다.

건국대는 모집 단위를 인문·자연으로 구분하지 않고 언어 중심과 수리 중심으로 구분하고, 영역별 반영 비율을 달리했다(19쪽 건국대 표 참고). 정 교사는 “불필요한 교차지원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언어 중심 모집 단위는 국어 40% 수학 30% 탐구 20% 영어 10%를, 수리 중심 모집 단위는 국어 30% 수학 40% 탐구 20% 영어 10%를 반영한다. 수학이나 탐구에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아도 수리 중심 모집 단위에는 수학에 강점이 있는 학생들의 지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서강대가 과목을 지정하진 않지만 교차지원 비율이 높은 것도 수학 반영 비율이 타 영역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탐+과탐’ 조합, 중상위권 대학 공략 가능?

진 교사는 “수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학생들은 수시 최저 기준을 충족하려 수능을 치르므로 탐구는 대부분 한 과목에 집중한다. 반면 정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중위권 자연 계열 학생들은 과탐 한 과목과 사탐 한 과목을 충분히 고민할 것 같다. 사탐 한 과목을 선택해 학업 부담을 줄이고, 다른 영역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암기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사탐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사>만 봐도 자연 계열 학생들의 점수가 상당히 낮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자연 계열은 과탐, 인문 계열은 사탐을 선택하는 구조가 변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한다.

정 교사도 “과탐 한 과목을 사탐으로 변경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중위권 학생들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가산점을 누가 받지 못하느냐가 핵심이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은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곳이 많고, 반영 비율에 따라 가산점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