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풀이 시간 단축 관련 글을 정통으로 풀어 써보는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이제는 다들 22수능의 악명을 잊어갈 때가 되어 큰 감흥은 없겠지만.. 저는 22수능을 현장에서 63분 만에 다 풀었던 걸로 처음 관심을 얻었습니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뇌가 돌아가서(?) 잘못 푼 것은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100분을 줬어도 못 찾았을 거라고 항상 말씀드리죠.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아는 건 맞고 모르는 건 틀리되, 적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틀리지는 않는 법'에 대해 써서 나름 좋은 평을 받았었는데, 문학도 써보겠습니다.
꼭 20분컷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21분이 되는 순간 칼럼 무효화..라면 안 되겠죠) 이 글의 목표는, "웬만한 수험생들에게 20분 언저리에 문학 풀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 입니다. 글 읽는 속도가 유독 느린 학생이 있더라도, 시간 단축을 유의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인강, 독학, 학원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문학 시간 단축만큼은 안 된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살짝만 설명드리고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시중에는 뛰어난 강의, 좋은 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실력을 키운 뒤 소위 말하는 '양치기'를 통해 '피지컬'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시간 단축을 시도하는데, 이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방향성이 없는 양치기의 경우 재능이 없는 학생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거죠.
웬만하면 이라고 썼지만,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모두 기계적으로 시간 단축이 가능했습니다.
즉, 재능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축소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하위권, 중위권 학생을 다 가르쳤는데 어떤 방식이 그렇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시간 단축을 위한 기반'을 먼저 다지고 그 방식을 체화하는 식으로 반복 훈련을 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반은, 독서 공부법 1, 2에 나와 있었던 것과 맥락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 부분이 다소 독특해서 관심을 받았었고, 이번 글의 주제인 '문학 20분 내외로 풀기'에서도 아마 일반적인 이야기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극단적 시간 단축 - 문학편의 경우 그냥 "뇌 빼고 읽은 후 답 고르기" 정도였는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야 했습니다.
"뭐에 집중해서 읽었길래 답인 거 같은 선지가 바로 보이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당히 긴 글이고, 이전 칼럼이 '실전' 문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문학의 전부를 담았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비문학 칼럼을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부할 때든 문제 풀 때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대전제
나올 문제들은 정해져 있다 - 라는 이야기를 모든 파트에 걸쳐 이야기했었지만, 실제로 자세히 썼던 건 비문학 관련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써보려 하는 것이고, 문학에서의 대전제 역시 '미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내용은 두 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각 파트는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문 장르별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왜 지문이 아니라 문제가 먼저지? 싶으실 테니, 바로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I. 지문을 읽는 순간 문제는 이미 풀려 있어야 한다.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올렸던 비문학 글과 같은 제목입니다.
문제 풀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사실 최상위권 입장에서는 당연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글의 목적은 상위권의 암묵지를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데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차피 나올 문제는 정해져 있는데, 굳이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으로 갈 이유가 있을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올렸던 칼럼에서, 발문과 선지를 훑는데 지문당 30초~1분이면 되는데 그냥 읽고 가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학과 독서를 합해 총 8지문이 나오므로 그것만 최소 4분은 걸릴 테고, 이에 더해 문학 <보기>를 먼저 읽는 시간, 선택과목에서 문제를 먼저 읽는 시간까지 합치면 전체 시험 시간 중 6~7분은 걸린다고 봐야겠죠. 그러니 미리 알고 갈 수만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선택 과목에서도 지문이 딸린 문제들은 지문부터 봅니다.)
아마 이 부분은 독서 공부법(2) 칼럼을 읽어보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독서 공부법(2) : https://orbi.kr/00042931099
링크의 칼럼에 나온 것처럼, 지난 10개년 기출을 분석하며 나올 문제는 정해져 있다는 것에 확신을 얻었습니다. 살짝 바뀌어서 나올지라도 기존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말 나올 문제가 정해져 있다면, 지문을 읽으면서 포인트를 '미리'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잡아먹는 가장 큰 원인은 지문 보고 문제 보고, 다시 지문으로 갔다가 문제를 보는, 왔다갔다 하는 방식에 있는데, 이 과정을 상당히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글을 읽고 나면 왜 문학에서 시와 소설을 읽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같은지 알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1) 표현상 특징, 서술상 특징 이해
항상 나오는 파트고, 문학 개념어에 대한 탄탄한 이해가 뒷받침되면 틀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물어볼 것을 알기에, 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에 "이건 설의법이네, 이건 미완의 종결어미 사용이네."와 같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장에서 이런 걸 필기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점입니다. 최종 목표는 언제나 "어? 이런 거 있었던 거 같은데?"라는 느낌만으로 확신하고 고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예전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처음에는 내용이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 다음에는 기억은 나는 거 같은데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기억은 나는 듯한 희미한 느낌이지만 그 느낌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려면 필기하지 않고 가는 훈련이 중요하겠죠.
하나 더 보고 가겠습니다.
굳이 이걸 추가한 이유는, '[A]'와 같이 단락을 주었을 때는 이게 정서를 묻는 건지, 표현상/서술상 특징을 묻는 건지, 아니면 나머지 단락([B]로 제시되는 경우)과 비교할지를 모두 생각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방금 예시만 보더라도 [A]~[E]에 대한 단순 설명을 물을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표현상 특징을 물어보았던 것처럼 말이죠.
(2) 시어에 대한 이해
표현상/서술상 특징은 갈래복합에서 동시에 물을 수도 있지만, 시어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시에서만 나옵니다. 어쨌든 지문을 읽으면서 시어가 갖는 의미, 그리고 해당 시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뭔지 생각해야 합니다. 소설에서는 '구절에 대한 이해'라고 나오겠죠. (당연히 시에서도 구절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자세하게 말하면 '시구에 대한 이해'도 포함됩니다. 다만 소설은 시어가 없으니 구절만 물어볼 겁니다.)
이렇게 하나만 물을 수도 있고
이렇게 ㉠~㉤를 주고 물을 수도 있죠. 보통은 저렇게 5개를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나왔던 '아픈 가락' 문제의 경우 해당 시어의 의미와 기능을 모두 묻고 있지만, 방금 문제는 시적 기능을 묻고 있습니다. 어차피 시어의 의미와 기능은 물어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3) 내용 일치
이건 크게 언급할 부분이 없습니다. 굳이 짚는다면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내용일치가 나온다.', '상식을 뒤집는 부분에 주목하라.' 정도일 텐데, 뭘 말하더라도 내용 일치 문제는 사실 우직하게 푸는 파트입니다. 저는 보기 문제보다 내용 일치 문제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편입니다.
예전 칼럼에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상식을 뒤집는 부분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여씨는 빌런이었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았음)
(4) 인물의 특징 파악
주로 소설에서 등장합니다. 고전 소설이든 현대 소설이든, 중심 인물을 놓고 서사가 전개되므로 종종 나오는 문제입니다. 이건 표현상/서술상 특징처럼 의식하고 갈 만한 게 많지 않습니다. 굳이 의식하지 않고 글 읽는 것에만 집중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게 될 테니 지금은 중심인물 위주로 소설을 이해해야 한다 정도만 기억하면 될 듯합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5) 소재에 대한 이해
시에서 시어에 대한 이해가 나왔다면 소설, 수필에서는 소재에 대한 이해를 정말 많이 물어봅니다.
지문에서 네모 박스 쳐진 부분이 등장하면 그걸 나만의 말로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에서는 의리 : 사람(군자)의 도리, 이욕 : 겨릅에 대한 과한 욕심 정도로 정리해 두고 들어갈 수 있겠네요. 보통 우리가 '의리'에 대해 얘기하면 뭐 서로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가고 그런 걸 떠올리는데, 여기서 의리는 군자가 지켜야 할 도리 정도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라고 사전에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에 더해, 위에 나온 문제처럼 2개에 네모를 치지 않고 1개로만 문제를 내면, 정답 특정의 원리로 답을 더 빠르게 고를 수 있겠죠.
(참고로 이 문제는 늘 강조하는, 상식을 뒤집는 선지가 정답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군자끼리는 서로 의리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유도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죠. 상사공은 그냥 불쌍해서 도와준 거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자주 등장하는 건 비슷한/대립되는 소재를 ⓐ, ⓑ로 주고 비교시키는 문제입니다. 이는 시어 비교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문제 역시 훨씬 더 빠르게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 : 계책, ㉡ : 방법이었는데 사실상 둘 다 계책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놓고 비슷한 단어에 밑줄을 주었으니, 독서에서 공통점 차이점을 찾듯 각각이 어떤 상황에서의 계책인지 미리 체크하면 답을 바로 고를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반드시 관련이 있어야만 밑줄을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엮으려고 하지 말고 각각에 대해 미리 내용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된 걸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지문을 읽으면서 ㉠ : 정일의 분노, ㉡ : 아버지의 갈망과 같이 나만의 말로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가면 답이 4번인 게 바로 보이지 않나요? 심지어 ㉡의 경우 돌려서 물어보지도 않았죠.
이런 식으로 고난도가 아닌 문제들에 대해서는, 읽는 순간에 생각한 그대로 문제가 나오는 수준까지 웬만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고난도 문제에서 이걸 어떻게 돌려서 물어볼 것인지 예측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6)구절에 대한 이해
(1)에서 추가 설명한 부분을 한 번 더 언급하자면, [A]만 주는 경우에는 서술상 특징을 묻거나 작품 중 그 구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위 예시처럼 ⓐ~ⓔ까지 쭉 제시한다면 전형적인 문제가 되겠죠.
그리고 만약 구절을 ㉠과 ㉡로 주면? 뭔가 공통적/대립적으로 말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역시 '정답 특정의 원리'가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7) 배경에 대한 이해
보통 시간의 흐름은 잘 짚는데, 공간적 배경의 기능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 인물의 특징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배경에 관한 문제도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소설의 3요소 주제 구성 문체, 그 중 구성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에 대해 떠올려 보면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시간적 배경이 나오고 그 때 있었던 '사건'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적 배경은 정서와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많이 활용되죠. 상당히 중요한 내용입니다.
소설에서 시간 단축을 위한 몇 가지 문장을 남기라고 하면, "공간적 배경은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 인물의 정서에 조응하고, 그러한 분위기와 정서는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는 말은 반드시 포함될 겁니다. (물론 시간적 배경 역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가을이 쓸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처럼요.) 우리는 이제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미리 체크하고 가야겠죠.
물론 이렇게 어떤 공간인지만 물어볼 수도 있으나, 쉽게 나오는 것을 기대하지 말고 미리 대비하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 역시, ㉠ : 은신처, ㉡ : 바위틈으로 사실상 둘 다 '은신처'를 지칭하는 소재였기에, "얘네는 둘 다 은신처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각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 은신처인가?"를 생각하고 갈 수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는데, 당연히 시에서도 배경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 계속 일반적인 경우를 두고 서술하고 있지만, 잘 따져보시면 본질적으로는 시나 소설이나 물어보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하나 더, 이번 6월에는 이렇게 시간 표지를 넓게 묻는 문제가 나왔지만(평생, 만고 등도 물어봄), 접근 방식은 똑같습니다. 독서 공부법에서 말했던 것처럼 약간의 변형이 있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8)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보기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된 것은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보기 문제' 칼럼에서 다루고 있어 유형 분류만 해두겠습니다. 또한, 보기 문제의 모든 오답 논리를 정리한 글을 따로 작성해야 할 정도이므로, 여기서는 이런 유형이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파트의 내용입니다. 기출 분석이라 함은, 늘 반복되어 왔던 문제, 지문 구성 방식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라고 했던 예전 글과 같은 맥락입니다.
II. 장르별로 주목할 부분을 고려해 시간 단축하기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사실 첫번째 파트만 알아도 웬만큼 실력이 완성된 학생들은 풀이 시간을 25분 안쪽으로 끊을 수 있을 겁니다.
첫 파트는 문제 유형에 대한 체화를 통해 시간 단축을 시도하는 거라면, 두 번째 파트는 수능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자, 편법이 아닌 정통으로 지문과 문제의 관계를 알 수 있게 되는 글입니다.
지금 설명할 내용은 결국 첫 번째 파트로 이어지는 것이라서 좀 더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시
요즘은 고전 시가에서 크게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은 거 같지는 않습니다. 워낙 좋은 강의들과 자료들이 풍부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고전 시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어떤 '클리셰'가 활용되었는가? 입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서 나올 것들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쭉 읽고 난 후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건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은거했다는 이야기네."와 같이 큰 틀만 짚어낼 수 있으면 됩니다.
이번 6월 모의고사에도 바로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는 결국 속세(입신양명)를 버리고 강호에 머물겠다는 클리셰 하나로 모든 게 정리됩니다.
십재황황(십년동안 열심히 충효를 위해, 즉 입신양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론은 강호가 좋다! 이기 때문에, 첫 몇 줄만 읽고도 주제를 바로 파악할 수가 있겠죠. 아래 부분을 안 가져오는 이유도 같은 이야기를 계속 하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주제 파악이 가장 중요하지 않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맞다고 대답할 텐데,
고전 시가를 제외하고는 주제를 곧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밑줄 친 부분에 대해서 나만의 말로 미리 설명을 해두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 극단적 시간 단축-문학편 칼럼에도 나와 있습니다. 그때는 거의 편법 위주로 설명해서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는데, 예측이 틀려도 좋으니 공부하면서 계속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내가 정리했던 것과 선지에서 묻는 것이 비슷하면 잘 한 거고, 다소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 묻는 건 이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수정해주면 되니까요.
현대시의 경우 현대어로 쓰여 있어 고전 시가보다 쉬울 거 같지만, 대체로 현대시를 더 어려워 하는 편입니다. 맨 처음에 썼던 배경의 역할부터 시작해서 쭉 써보겠습니다.
시에서는 정서 파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제를 짚기 힘든 학생도 화자가 지금 이 상황에 어떤 정서를 느끼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들은 대체로 배경과 맞물려 나타납니다.
시공간적 배경은 분위기와 정서를 만들어가는 장치이기에, 지배적인 정서가 무엇인지 짚고 배경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세부적인 것까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주제를 정확히 짚지 못한 (그렇다고 가정한) 상태이므로, 상황이나 정서가 변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체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황과 정서의 변화 역시 큰 틀에서의 주제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를 안 보고 풀 수 있다고 했던 22학년도 수능 현대시입니다.
다른 건 못 짚더라도 상황과 정서가 변화한 건 짚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없는 윗 부분에서고향의 어두운 모습을 두고 시상을 시작하긴 했지만, 사진에 나온 부분에서는 최소한 "낭만에서 암울함으로 상황이 옮겨가는구나."만 짚을 수 있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결국 그게 주제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예전 고향의 봄은 낭만적이었으나, (일제 강점기로 인해)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그걸 정확히 물어봤습니다.
암울한 상황을 두고 기대하던, 소망이 이루어진 상황과 같은 표현을 쓴다면 무조건 적절하지 않은 선지로 정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보기 문제가 사실상 내용 일치 선에서 정리되기 때문에 보기를 안 보고도 풀 수 있다고 했던 칼럼의 내용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는 상황과 정서만으로도 큰 틀에서의 느낌을 가져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실 듯합니다.
시어나 구절의 의미를 묻는 문제 역시 그 단락에서의 정서를 파악하고 있다면 굉장히 빨리 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공통된/상반된 의미를 갖는 시어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면 '정답 특정의 원리'를 활용해 미리 선지를 짐작하고 갈 수도 있겠죠. 배경을 묻는 문제가 나오면? 원래부터 그러한 배경에 주목해서 읽었기 때문에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또한 고전 시가를 포함하여, 시의 호흡이 긴 경우에는 종종 인물 간의 대화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굳이 그 내용을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가는 것은 소설을 읽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전략을 정리하면
- 읽는 동안 머리 속으로 표현상 특징(설의법, 수미상관... 등)을 정리해두기
- 큰 틀에서의 정서, 클리셰를 파악해두기 (고전 시가가 조금 더 수월함)
- 내용 이해가 안 되면 대략적인 정서의 흐름이라도 파악해두기
- 배경이 제시되면 정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생각하기
- 상황/정서가 변화하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주목하기
정도인데, 위의 다섯 가지는 필수라면 아래의 세 가지는 연습을 통해 이거까지 가져갈 수 있다면 완벽하다! 라고 보셔도 됩니다.
- 두 개 이상의 시어에 밑줄이 쳐져 있으면 공통점/차이점 짚어보기
- 시구에 밑줄이 쳐져 있으면 나만의 말로 대략적인 이야기를 기억/메모해두기
- 시간적 배경이 제시된다면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도 파악해두기
시어, 시구와 관련된 것은 언제나 비슷한 사고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밑줄 긋고 내는 문제는 공통점/차이점을 묻거나 그걸 다른 말로 서술하면 어떤 건지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소설
시보다도 소설 때문에 시간 안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능 문학은 100%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과, 소설은 대체로 발췌된 부분이 출제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써보겠습니다.
주제 구성 문체, 인물 사건 배경에 대해 위에서 말씀드렸는데, 소설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뭔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면, 그건 결국 주제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인물 사건 배경 이 세 가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소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인물이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배경은 저기에 왜 써놓았을까요? 일련의 사건이 펼쳐지는 특정 배경은 정서를 만들어 내고, 복선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 파트에 써두었던 것처럼 언제나 배경의 기능, 인물의 행동이 갖는 의미, 특정 사건 전후로 변화된 상황 등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전말은 인물 간 대화를 통해 제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화 상황에서 핵심 내용을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죠.
예전에는 저도 인물 사건 배경 그래서 뭐?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적어도 수능 문학에서는 이것들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를 테스트하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입장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겠죠.
뭔가 배경 관련해서는 시와 비슷한 면이 많지 않나요? 초반부에 시와 소설을 읽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했던 이유입니다. 시에서도 대화가 제시되면 굳이 왜 대화를 넣었는지 주목해야 할 텐데, 그만큼 시와 소설을 바라보는 자세에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꼭 대화 상황이 아니어도 소설에서는 핵심 내용을 빨리 잡아내는 데 나만의 말이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소설 자체는 호흡이 긴 편이지만, 한 마디로 줄여버리면 상당히 판단이 빨리지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이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왔다는 수험생이 많은데, 첫 부분에서 자기도 모르게 산판알에 눈이 가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정일은 '속물적이지 않고 싶지만 결국 속물적인 인물'이구나 라는 것을 짚고 이를 바탕으로 독해했다면 조금은 수월했을 겁니다.
정일이 용팔에게 '소인 놈'이라며 분노하는 장면이 바로 아래에 나오는데, "정일은 속물적인 것을 아예 배척하나?"라고 생각하기에는, 위에서 정일은 자신도 모르게 용팔이가 산판알 굴리는 거에 눈이 갔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웃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정일은 '속물적인 걸 싫어해봤자 자신도 결국에는 같은 부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웃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부분부분 나만의 말로 정리해두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전략을 정리하면
- 읽는 동안 머리 속으로 서술상 특징 정리해두기
- 인물의 행적이 갖는 의미에 주목하기
- 사건이 제시되면 그 속에서 인물이 뭘 하는지 파악하기, 사건 전후로 변화한 상황 파악하기
- 대화 상황 등이 갖는 의미(핵심 내용) 나만의 말로 정리해두기
- 배경이 만들어내는 정서 파악하기
- 시간적 배경의 경우 해당 시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짚어두기
정도입니다.
그에 더해, 고전 파트에서는 시와 마찬가지로 소설의 클리셰도 존재합니다. 영웅 군담 소설, 계모형 가정 소설, 천상 적강 모티프... 등 맨날 나오는 것만 나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주제를 정확히는 못 짚더라도 예를 들어 "위기 상황인데 조력자가 나오네? 영웅 일대기 느낌인가?"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극 수필
극 파트는 낯선 느낌만 아니라면 크게 어려운 분야가 아닌데, 수필은 상당히 어렵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21수능에서도, 22수능에서도 수필 파트는 많은 학생들은 좌절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이 파트는 한 번만 생각을 정리하면 수월한 편입니다.
대전제는, '무슨 교훈을 주기 위해 이걸 쓴 거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필이 모두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능에는 웬만하면 교훈이 담긴 수필을 출제할 테니까요. 결국 글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교훈을 제시하는 파트에 주목하고 그 부분을 나만의 말로 정리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역시 말로만 하면 너무 당연해 보이니 비교적 쉬운 예시를 통해 같이 보겠습니다.
겨릅을 구하러 가는 상황이 핵심인데, 갈까 말까 하다가 의리를 해칠 거 같지는 않아서 구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쭉 읽어 내려가면 예상과는 다르게 '의리를 해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그 상황 속에서 작가는 인맥(상사공)을 이용해 어떻게든 겨릅을 구합니다. 결국 작가 자신도 이욕으로 인해 의리를 해친 거죠. '사적인 욕구 때문에 도리를 저버리는 것에 대한 경계'가 이 수필을 쓴 목적이겠네요.
사실 이렇게 안 하고 되는 대로 읽어도 웬만해서는 주제를 잡을 수 있는데, 어렵게 나와서 그게 안 될 경우에는 치명적이겠죠. 그래서 이렇게 먼저 잡아놓고 가는 연습을 하는 게 문제 풀이에도 좋지만, 평소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전략을 정리하면
- 내용이 어려우면 무슨 교훈을 주고자 하는지만이라도 파악하기
- 교훈이 곧 주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나만의 말로 바꿔두기
정도입니다. 여타 파트에 비해서 사실 전략이라고 할 게 별로 없네요.
시, 소설, 수필까지 쭉 보면서 눈치채실 분들은 채셨겠지만, 모든 내용을 무겁게 읽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시간은 굉장히 많이 단축됩니다. 이는 독서 공부법에서 설명했던 '읽는 무게 조절하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독서는 웬만해서 소위 잉여정보가 제시되지 않지만 문학은 걸러낼 부분이 꽤 많습니다. 즉, 문학에서 가볍게 읽을 부분, 무겁게 읽을 부분을 구분한다면 그 효과가 독서보다도 훨씬 크다는 겁니다. 짧은 시는 그나마 잉여정보가 없는 편이지만 가사 또는 산문시, 소설이나 수필은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소설과 수필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구간이 상당히 많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해서 두 가지 설명이 모두 끝났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첫 번째 파트만 체화하더라도, 역량과 무관하게 기계적인 시간 단축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억울하지는 말자는 걸로 시작한 글인데, 독서에 이어 문학까지 완료했습니다. 정말 문학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서에 더 강점이 있고 문학은 당연한 것만 떠오른다고 생각해서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문학 칼럼의 반응이 줄곧 좋았어서 작성해봤습니다. 평소에는 상위권이라면 누구나 다 이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글을 쓰고 보니 조금 독특한 면이 있는 듯합니다.
독서는 1, 2, 3편이 있는데 문학은 이거 하나로 정리하려다 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추후에 예전에 썼던 칼럼도 옮겨와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체화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내용이니 차근차근 적용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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