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논술 시험에 대해 오해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논술 시험이 다 비슷비슷할 거라는 착각입니다.
하지만 사실 각 학교의 논술 시험은 대학이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가 미묘하게 다르고, 그 난이도 역시 조금씩 다릅니다. 같은 대학 라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적으로 서성한 라인 학교들의 논술 시험 난이도는 전혀 비슷하지 않으며, 또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가 동일하지도 않습니다.
오늘은 각 대학이 학생의 어떤 능력을 보고자 하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학교별 차이를 미리미리 잘 익혀 두어야 논술 지원 시 불이익이 없겠죠?
그럼, 시작합니다.
1. 연세대학교: 인문 논술의 끝판왕
서울대, 고려대는 논술전형이 없습니다. 현재 SKY 중 연세대만 논술전형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수능 최저도 없습니다. "오로지 논술 실력만으로 전국 최고를 가리는 시험", 이것이 연세대학교 논술전형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연세대 논술 전형에 합격한 학생은, 동나이대에서 가장 논술에 뛰어난 학생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연세대 논술 합격을 '장원급제'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학과 불문 합격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특히 학생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한 별도의 준비 없이 합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세대학교 논술의 주요 특징>
▶문제의 '격'이 다르다. 독해력, 분석력이 정말로 탁월한 학생을 뽑으려 한다.
▶글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다면적 사고력'이 중요하다.
▶탁월한 답안에 대한 유연한 가산점 제도를 시행한다.
▶최저가 없으니 수학과 영어도 보겠다.
▶대한민국 대학들이 논술로 평가하고자 하는 모든 능력치를 보겠다.
▶(상경계열 등 일부 과 한정) 답만 맞아서는 합격을 담보할 수 없다.
일단 문제의 격이 다릅니다. 서/성/한 라인 학교들의 문제를 보다 연세대 문제를 보면, 턱, 하고 난이도가 점프한 느낌을 받습니다. (연대 논술을 여러번 분석해 본 지금도 분석할수록 새로운 요소가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독해력, 분석력을 잘 갈고 닦은 학생이 아니면 답에 근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말 어려운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연세대 특유의 다면적 사고입니다. 연세대 논술은 관점에 따라 최소 2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독해하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출문제가 예외없이 그렇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 논술 시험에서 거의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가진 특징입니다. 이 부분은 고도로 분석력 훈련이 된 학생이 아닌 이상 풀어내기 어렵습니다. 제가 연세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만큼은 과외를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능한 답안이 여러 갈래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산점 제도가 매우 잘 발달했습니다. 문제가 창의적으로 분석될 여지를 넓게 인정하는 셈이죠. 이 부분 때문에 매년 괴물같은 답안이 나오는 문과 상위권 학과(상경, 일부 인문)에서는 그냥 답만 맞아서는 불합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설계된 모범답안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남들과 차별화되는 사고 한두 개는 더 해줘야 합격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죠. 경험상 최근 상경계열 논술은 거의 전부 이런 양상이었고, 심리 등 일부 사회과학대 학과들도 점점 이렇게 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문대 쪽에서는 꽤 최근까지도 모범 답안에 충실하게만 작성해서 합격한 사례가 있어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학과 선택 시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수리, 영어 능력을 포함한 수험생의 모든 능력치를 보고자 합니다. 저는 그래서 수능 수학 3등급 이상, 영어 2등급 이상 학생들에게 주로 연세대 논술 지원을 권합니다. 아무리 못해도 수학 4등급, 영어 3등급은 나와야 합격권을 노릴 수 있습니다. 또 연세대가 수리, 영어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은, 수학 및 영어 능력 그 자체를 보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수학과 영어 능력이 독해력 및 분석력 평가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부분은 글로 설명하기 어려워 이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2. 서강대학교: 서성한 라인의 숨은 보스
연세대와 신촌로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작지만 강한 대학, 서강대학교입니다. 서성한 라인의 의외의 복병이죠. 많은 분들이 한양대의 무지막지한 경쟁률에 먼저 놀라시지만, 사실 서강대는 현재 서성한 라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를 출제하는 학교입니다. 서강대 논술은 연세대와 달리 수학이나 영어 능력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래프를 독해할 수 있어야 하며, 상경계열의 경우 기초적 경제 지식이 있는 편이 수월합니다.
<서강대학교 논술의 주요 특징>
▶수능 최저 3합7, 사실상 내신과 출결에서 변별력 X, 결국 수능보다는 논술로 승부하겠다.
▶제시문이 많고, 글의 연관성을 찾기가 까다롭다.
▶상경계열 논술을 응시하려면, 기초적인 고등학교 경제를 배워가는 게 좋다.
▶답안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답안의 방향성이 어긋나면 영 엉뚱한 답을 써낼 수 있다.
▶다면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는 드물지만, 다양한 답안은 있을 수 있다.
사실 저는 서성한 논술을 한데 묶어 비슷한 수준으로 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강대 논술은 나머지 두 학교의 논술 문제보다 독보적으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 난이도는 성/한보다 연세대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일단 시간이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읽어야 하는 제시문의 개수가 많고, 시험시간은 100분만 주어집니다. 또 언뜻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글을 짧게 이어 붙여 놓아, 제시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어려운 편입니다. 심지어 어떤 해는 연세대 문제보다 더 불친절하게 제시문을 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답안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글의 본질에 집중할수록 잘 읽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훌륭한 문제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연세대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답과 해석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매년 한 문제지당 최소 1문제 이상은 추가점을 얻을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세대처럼 근원적인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는 느낌은 아니고, 같은 관점에서 더 깊은 사고를 하거나 분석의 방향을 달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상경계에 한정해서, 필수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경제 내용을 알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성균관대학교: 기본기에 충실한 논술의 정석
매년 논술 시험날, 재학생들이 성균관 유생복을 입고 반갑게 환영해주는 성균관대학교입니다. 성균관대학교는 서성한 라인 중 가장 쉬운 논술 문제를 출제하지만, 수능 최저가 매우 빡빡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글로벌 계열의 경우 사실상 최저 싸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이과 통합 시대의 문과생들에겐 매우 엄격한 최저 등급을 요구합니다. 대신 그만큼 난이도는 평이하며 형식도 고착화된 편입니다.
<성균관대학교 논술의 주요 특징>
▶수능 최저 3합6(일반과) 또는 3합5(글로벌), 사실상의 수능 최저 싸움.
▶철저히 글의 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자. 단, 내용은 풍성하게.
▶키워드 중심의 분류, 그리고 윤리 과목을 공부하자.
▶[문제 2]의 그래프 분석이 당락을 가른다.
▶다면적 사고, 다양한 답안은 거의 없다. 기본에 충실하자.
성균관대학교 논술을 준비하는 분들께 저는 언제나 수능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문이과 통합 시대, 인문계는 더욱 더 수능 등급을 따기 어려워졌는데도 3합5(글로벌) 또는 3합6(일반과)이라는 빡빡한 최저 등급을 반영합니다. 대신 논술 수준은 서성한 라인에서 가장 쉽고, 문제 유형도 정형화 되어있으며, 기본에 충실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처음 논술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성균관대 문제를 먼저 풀어보게 합니다. 기초체력을 검증하는 데 가장 좋은 논술이기 때문이죠. 물론 실제 합격권에 들기 위해서는 그 기본에 살을 풍성하게 붙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성균관대 논술은 원고지가 아닌 줄 노트에 답안을 쓰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글자수 제한이 없습니다. '풍성함'의 의미, 대충 감이 오시나요?
전체적인 구조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키워드 중심, 그 중에서도 윤리 과목의 키워드를 자주 출제하는 편입니다. 물론 다른 학교도 이런 키워드가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특히 성균관대는 생태주의, 인간중심주의, 의무론, 공리주의, 자유주의 등등 윤리 과목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사랑하는 학교입니다. 그러니 수능 수준으로 깊게 공부하지는 않더라도, 꼭 윤리 과목을 한 번쯤 훑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출문제에서 [문제 2]의 그래프 분석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실 성균관대 논술에서 출제되는 세 문제 중 [문제 1]은 단순 제시문 분류, [문제 3]은 자기 생각을 쓰는 문제이니 크게 변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문제 2]에 초점이 맞춰지겠죠? 성균관대 논술을 준비하신다면, 이 점을 유념하여 답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한양대학교: 험악한 경쟁률, 하지만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인문 논술 합격은 로또다'라는 격언을 만들어낸 장본인, 한양대학교입니다. '로또 전형' 이름에 걸맞는 무지막지한 경쟁률과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시험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인문계열의 시험은 1200자짜리 한 문제가, 상경계열은 몰아치는 듯한 수학 문제들이 당락을 좌우합니다.
<한양대학교 논술의 주요 특징>
▶비교적 답이 명확하고 수월한 인문계열, 그리고 사실상의 수학 시험인 상경계열.
▶(인문계열) 긴 글 독해에 익숙해져야 한다.
▶(상경계열) 빠르고 정확하게 수학 서술형을 풀 수 있다면, 그때 도전하자.
▶아주 작은 실수가 당락을 가른다. 절대 실수하지 않도록 연습, 또 연습하자.
▶외부 교과 지식, 시사 상식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한양대학교의 문제는 인문계열과 상경계열로 나뉘는데, 두 시험의 양상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인문계열은 긴 글을 읽고 여러 논점을 분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면, 상경계열 문제는 사실상 수학 시험입니다. 한양대학교 수학 문제는 다른 학교들의 수학문제들과 명백한 차별점을 가지는데, '논술의 연장선으로써의 수학'이 아닌 '수능형 수학 문제'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반드시 잘 알고 과를 선택하셔야겠습니다. 또 수능 최저가 없고 문제가 아주 다층적이지는 않은 만큼, 아주 작은 실수가 당락을 가릅니다. 특히 글자 수나 치명적인 맞춤법 오류, 전체적인 답안 방향성에 더욱 주의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외부 교과 지식이나 시사 상식을 적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워낙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만큼, 눈에 띄는 답안을 써 내려면 교과 지식을 적절히 활용하는 점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겠죠. 따라서 "제시문 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써서 내도 될까?" 하는 고민은, 한양대에 한해서는 접어 두셔도 됩니다.
(번외) 고려대학교: ???
몇 주 전, 고려대학교가 2025년 입시부터 논술전형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약 8년만의 부활입니다. 정원은 연세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능 최저가 전혀 없는 연세대와 달리 유의미한 수준의 수능 최저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경영대학의 최저 등급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과거 고려대 논술 문제는 매우 창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죠. 만약 그때의 문제 유형이 비슷하게 출제된다면 논술 입시계의 일대 파장이 생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내년경 발표될 모의논술이나, 추가적인 안내를 통해 그 윤곽을 처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상위권 학교들의 논술 전형을 알아보았는데요, 생각보다 각 학교 논술전형의 특징이 다른 만큼 그 특징을 잘 알고 지원하시기를 바랍니다. 논술은 로또가 아닌 실력! 그리고 그 실력에는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논술전형분석]
자연논술 학교별 수준 및 지원 가능 학생 수준 : https://cafe.naver.com/we2you/3603
인문논술 학겨별 수준 및 지원 가능 학생 수준 : https://cafe.naver.com/we2you/3604
인문논술 최상위권 대학 출제경향 : https://cafe.naver.com/we2you/1075
의치약한수 논술일정/시간 : https://cafe.naver.com/we2you/3177
약대논술 총정리 : https://cafe.naver.com/we2you/3342
2023/2024 논술전형경쟁률 : https://cafe.naver.com/we2you/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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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고려대세종/덕성여대논술 총정리 : https://kimexp.tistory.com/814
삼육, 서경, 수원, 한국공학대 논술총정리: https://cafe.naver.com/we2you/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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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논술3년연속 경쟁률 높은 학과 : https://cafe.naver.com/we2you/3546
인문논술 3년연속 경쟁률 높은 학과 : https://cafe.naver.com/we2you/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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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등급대별 지원가능 대학 & 충원율 높은 대학/학과 리스트]
[누적 3년, 누적 5년 입결]
대학어디가 3개년 입결 분석 : https://cafe.naver.com/we2you/1456
5개년 입결분석 자료 : https://cafe.naver.com/we2you/2686
2024 면접일정 총정리 : https://cafe.naver.com/we2you/3569
수능최저없는 인서울 교과전형 : https://cafe.naver.com/we2you/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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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등급 1.75~2.5 수시전략, https://cafe.naver.com/we2you/2869
내신등급 2.5~3.5, ~5.0, ~7.0까지 수시전략, https://cafe.naver.com/we2you/2869
2023년수시전형 결과 및 2024 수시전형 예측 : https://cafe.naver.com/ArticleList.nhn?search.clubid=30956298&search.menuid=96&search.boardtype=L
2023년정시 입결데이터 분석 : https://cafe.naver.com/ArticleList.nhn?search.clubid=30956298&search.menuid=97&search.boardtype=L
2023년 추합높은 학과 리스트 : https://cafe.naver.com/ArticleList.nhn?search.clubid=30956298&search.menuid=102&search.boardty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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